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삼성 김 인 사장을 향한 기대와 우려


김 인 신임사장 취임 이후 삼성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야구인 출신 사장에서 전문 경영인으로의 바통 터치가 어떤 변화를 낳을 지 주목된다. 경산=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삼성 라이온즈의 내부 변화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6년간 삼성 수장을 맡았던 김응용 전 사장이 최근 퇴임하고 삼성 SDS 출신의 김 인 사장이 지난 14일 취임식을 가졌다. 일단 '신기록' 하나가 벌써 수립됐다. 14일 취임식때 김 인 사장은 약 30분간 취임사를 했다. 역대 삼성 신임 사장 가운데 최장시간 취임사였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 사이에선 "김응용 사장이었다면 취임식 열 번은 했겠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왜 눈길을 끌까

이번 사장 교체는 삼성 라이온즈에 있어 10년만의 큰 변화다. 2004년 말 김응용 사장이 취임했지만, 이미 감독을 맡아왔던 인물의 사장 승진이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큰 변화로 인식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계속 야구단에 몸담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지난 2000년의 신필렬 사장 취임 이후 선수단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라 볼 수 있다.

김응용 전임 사장이 경기인 출신의 CEO로서 '야구를 아는 인물'이었다면 김 인 신임사장은 분명 '외부 인물'이다. 바로 이 점이 시선을 끈다. 야구판 현장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전문 경영인 출신 사장이 왔으니 팀에 큰 변화가 생길 개연성이 있다.

▶야구단은 '업체'가 아니다

역대로 많은 프로야구 사장들이 뼈아픈 실책을 했다. 야구단을 '업체'로 봤기 때문이다. 100억원을 투자하면 최소 100억원어치 결과물이 나와야한다는 신념이 본헤드플레이로 이어지곤 했다.

스포츠는, 특히 프로야구는 투입물에 따라 결과물이 보장되는 영역이 아니다. 단순히 투입 금액으로만 해결된다면, 삼성은 이미 20세기때 한국시리즈 우승을 수차례 차지했어야 한다.

3,4년간 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도 등수 한등 올리기 벅찬 사례도 있었다. 인풋 대비 초라한 아웃풋이 나올 경우, 이를 이해하지 못한 몇몇 사장들은 현장에 깊숙이 개입하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실제 삼성에서도 과거 속속들이 현장에 간섭했다가 오명을 남긴 사장이 있었다. 다른 구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보기엔 OOO가 잘 던지는 것 같은데 왜 선발로 쓰지 않는가"라며 벤치에 스트레스를 준 모 구단 사장도 있었다.

▶진화해온 삼성 프런트

최근 10년간 삼성 프런트는 진화했다. 한때 다소 폐쇄적이고 매일매일의 성적에 급급했던 모습이 있었지만, 점차 합리적인 조직으로 바뀌었다. 김응용 전 사장과 이번에 퇴임한 김재하 전 단장의 공헌이 컸다.

김응용 전 사장은 최대한 현장 간섭을 자제했다. 선동열 감독이 직계 제자였지만 김 사장은 절대 경기력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김재하 전 단장은 이 둘 사이에서 적절한 소통 역할을 맡았다. 불간섭이 방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김응용-김재하 체제'는 선수단을 간섭하지 않되, 무대 뒤에서 효율적으로 팀을 관리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체제가 사라지고 김 인 사장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새 CEO가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삼성의 팀컬러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김 인 사장을 향한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최대 목표는 야구장이다

최근 KIA가 새 야구장을 짓는데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열악함 측면에서 현 광주구장과 1,2위를 다투는 대구구장에도 당연히 눈길이 모아진다. 하지만 10년간 지속돼온 대구의 새 야구장 건설 문제는 구체적으로 진전된 공식 발표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른 것 필요 없다. 현 시점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CEO에게 기대되는 최고 덕목은 야구장 건립 의지다. 물론 실질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 야구장 건설 비용 문제를 선뜻 결정할 수는 없는 법이다. 대신 오너에게 야구팬들의 열망을 전달하고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마저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중요하고, 맥없이 지지 않는 근성도 좋다. 하지만 야구장 건립이야말로 김 인 사장이 추구해야 할 최대 목표다. 재임 기간 동안 새 야구장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라이온즈 역사상 가장 큰 공을 세운 사장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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