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바톨로 콜론을 마다한 한국프로야구

2008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의 바톨로 콜론. 시속 160km의 광속구를 뿌리던 콜론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였다(사진=MLB)
Q. 8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의 3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만큼 각 구단에서도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고르려고 무척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메이저리그 강타자 출신의 호세 칸세코가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아는데요. 얼핏 칸세코 말고 다른 유명 메이저리그 선수도 한국행을 바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약 그런 선수가 있다면 누군지 궁금합니다. - 서울 윤창식 -
A. 어디서 들으셨나요? 대단하십니다. 칸세코 말고 다른 유명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이 한국행을 바란다는 설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봐야겠지요.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도미니카로 떠났습니다. 도미니칸 윈터리그를 관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도미니칸 윈터리그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리는 겨울리그입니다. 6개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리그는 대개 10월 말에 시작해 12월까지 64경기를 치릅니다. 도미니카 선수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활동하는 마이너리거와 유명 메이저리거들도 윈터리그팀과 단기계약을 맺고 리그에 참여하는데요.
물론 메이저리거 대부분은 돈보다는 컨디션 점검 혹은 재활훈련 차원에서 윈터리그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로 윈터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두산 이창규 과장은 외국인 선수를 잘 뽑고, 관리도 잘하기로 유명한 이입니다.
도미니칸 윈터리그를 자주 방문하는 이 과장이 말한 바로는 도미니카 출신 메이저리거 상당수는 단순히 모국 팬들에게 자신의 플레이를 선보이려고 윈터리그에 참가한다고 합니다. 덧붙여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가기까지 도움을 준 윈터리그팀을 위해 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하네요. 이런 마인드는 우리 선수들도 배웠으면 하는데요. 각설하고.

도미니칸 윈터리그의 한 장면. 한국 스카우트들은 치안이 매우 불안정한 도미니카에서 한달가량을 머물며 선수들을 집중관찰한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테지만, 국내 스카우트들이 도미니칸 윈터리그를 관전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뛸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서입니다. 도미니카는 메이저리그를 넘어 한국, 일본, 타이완의 주요 선수 공급처가 된 지 오래입니다. ‘몸값은 싸나, 실력은 출중한 선수’를 찾기에 도미니카만큼 좋은 나라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찾는 건 이대호의 힘과 이대형의 다리를 합친 선수를 영입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이유가 있는데요. 영입대상 폭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메이저리거들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어 빅리그에 뛸 게 자명하고,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은 소속 팀과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애초부터 영입 대상이 아닙니다.
그나마 30대 초중반 선수들이 영입대상입니다만, 이들 역시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 결과를 기다리거나 메이저리그팀들의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명단에 들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에 계약이 쉽지 않습니다. 여기다 돈뭉치를 싸들고 다니는 일본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니까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아무리 좋은 선수를 봐도 ‘그림의 떡’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물론 무리를 할 순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한 선수를 잘 설득해 한국행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한 구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면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법한 총탄세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도미니칸 윈터리그는 각 나라 스카우트들의 치열한 영입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부터 시작해 한국, 일본, 타이완 스카우트들까지 총출동한다(사진=MLB)
2004년 11월 LG는 루벤 마테오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메이저리그서 6년간 통산 29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 21홈런, 89타점을 기록한 마테오는 강한 어깨와 빠른 발, 여기다 장타력까지 겸비한 선수였습니다. 윈터리그에서 마테오를 본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하나같이 “최고”라며 엄지를 세운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LG가 마테오를 영입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땐 다른 구단 스카우트들이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LG가 어떻게 마테오를 영입했는지 안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합니다.
이유인즉슨, LG 스카우트가 마테오에게 영입 의사를 타진하자마자 마테오가 “어디? 한국? 감히 너희가 나를”하면서 스카우트를 향해 총을 겨눴답니다. 메이저리그 재진입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마테오가 엉뚱하게 LG 스카우트에게 화풀이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LG 스카우트는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차 안에서 총을 겨눈 마테오를 설득했다고 합니다. 결국, 마테오는 이 스카우트에게 설득돼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스프링캠프 때까진 무척 열심히 했는데요. 원체 의욕이 넘치다보니 평소에 하지 않던 특타를 하다가 그만 등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마테오는 이 부상으로 아쉽게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시즌 중 퇴단 조치됐습니다.
어쨌거나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이처럼 살벌한 타지에서 소속구단에 최상의 외국인 선수를 안기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일본 스카우트들이 한국 스카우트를 가리켜 “무서운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점은 야구팬 여러분도 잘 알아주셨으면 싶네요. 다시 각설하고.
도미니칸 윈터리그에 등장한 광속구 투수

애너하임 시절 콜론은 사이영상 수상에 빛나는 특급 투수였다(사진=MLB)

이번에 도미니칸 윈터리그를 관전한 모 스카우트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윈터리그에서 굉장한 선수를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슈퍼스타라고 하더군요. 정말 이름을 대니 단번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는 바톨로 콜론(38)이었습니다.
콜론은 한때 연봉으로만 1천만 달러 이상을 받던 슈퍼스타였습니다.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지며 메이저리그 강타자를 제압하던 에이스였습니다. 잠시 콜론을 설명하자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콜론은 1973년생으로 올해 38살입니다. 1993년 아메리칸 소속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계약금 30만 달러를 받고 입단했습니다. 도미니카 출신 선수치고는 꽤 높은 계약금이었는데요.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였습니다. 1997년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한 콜론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클리블랜드 선발진의 한 축을 맡으며 4년 연속 14승 이상을 거뒀습니다. 특히나 2002년엔 시즌 도중 내셔널리그 소속의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이적하며 양대리그에서 한 시즌 10승씩을 거두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2003년 다시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돼 15승 13패 평균자책 3.87의 수준급 활약을 펼친 콜론은 이해 시즌이 끝나고 4년간 5천100만 달러(약 590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에너하임 에인절스(LA 에인절스의 전신)로 이적했습니다. 1년에 1천275만 달러(약 147억 원)를 받는 대선수로 성장한 것이지요.
2005년은 콜론의 진가가 발휘된 해였습니다. 21승 8패 평균자책 3.48을 기록하며 마리아노 리베라, 요한 산타나 등 쟁쟁한 투수들을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거머쥔 것입니다. 참고로 에인절스 소속 투수로 20승을 넘어서기는 1974년 놀란 라이언 이후 콜론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시속 160km의 강속구로 영원히 타자들을 제압할 것 같던 콜론은 그러나 2006년 시즌 초반 오른쪽 어깨를 다치며 불과 10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습니다. 8년 연속 30경기 이상 선발, 7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던 콜론도 부상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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